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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낭독의 발견'이라는 TV프로그램에 김사인 시인께서 나오셨다. 진행자와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시던 그 모습에 '아.. 저분 시인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참 겸손하신 분이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시인께서 직접 낭독하시는 대산문학상 수상 소감문의 일부를 들어보니, 적어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분이신 것 같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이 수상 소감문이 올라와 있던 것을 발견했을 때, 살짝 들떴던.. 그 기분. 하하.. 황송한 마음으로 이곳에 옮겨두련다.

그나저나 시집을 손에 들어본 지 참 오래 된 것 같다. 이렇게 문득이라도 생각난 참에, 이번 학기 수업용 참고서 주문할 때, 김사인 시인의 시집도 좀 주문해볼까 싶구나..



<대산문학상 수상 소감>중에서

김사인


내가 소중히 여기는 우리말 중에 “섬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제 시 쓰기가 적으나마 세상의 목숨들을 섬기는 한 노릇에 해당하기를
조심스러이 빌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시가
제 말을 하는데 바쁜 시이기 보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시이기를 바랍니다.

앞장서서 서두르는 시이기 보다
묵묵히 기다리는 시이기를
할 말을 잘 하는 시인 것도 좋지만
침묵해야 할 때에 침묵할 줄 아는 시이기를 먼저 바랍니다.

저는 저의 시가
이기는 시이기 보다 지는 시이기를 바랍니다.

비 맞는 풀과 나무들 곁에서
'함께 비 맞고 서 있기'로써 저의 시 쓰기를 삼고자 합니다.
우산을 구해오는 일만 능사라고 목청을 높이지 않겠습니다.

부디 저의 시 쓰기가
누군가를 상하게 하는 노릇만이라도 아닐 수 있기를 간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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