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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도종환

나무같이 2009. 3. 27. 16:14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귀가> - 도종환


나는 가끔씩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OOO가 내일 죽는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면, 거의 어김없이,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또는 하지 않았던 짓(!)을 했던 것 같다. ^^;;
목소리가 듣고 싶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에게 전화걸기,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건네기.. 등등.
그리고 그 결과는... '대체로..' 좋았다. ㅎㅏㅎㅏ ;;

노을을 바라보며 귀가할 수 있을 만큼 바쁘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오늘 마음 속 따뜻한 말 한마디, 오늘 건네주기.
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사람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첫 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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